환경감시일보 이승주 기자 | 십수 년 전, 춘천에서 목회할 때에 같은 지방의 동료 목사님으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 받았습니다. 저자인 김 목사님이 전도사 시절부터 경험한 일상의 일들을 글로 엮은 책이었습니다. 그 책의 내용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김 목사님이 양구군 중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오미라는 동네에 전도사로 부임했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할아버지가 전도사님의 어깨를 다독여 주셨습니다. 아마도 오지 마을까지 찾아든 젊은 전도사가 안쓰러워서 그러신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는 전도사님에게 이런 저런 덕담을 건네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요즘은 교회가 유행이라지?” 그래서 그 책의 제목도 <요즘은 교회가 유행이라지?>입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교회가 유행(?)이었습니다. 어디든 십자가만 걸면 성도들이 찾아오던 시절의 끄트머리 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밤이 지나 아침이 되면 십자가 하나가 더 생기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절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교인들의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고 교회를 개척하려 하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교회의 사정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교회를 바라보는 교회 밖 사람들의 시선도 그리 곱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교회가 교회답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메일이 하나 도착했습니다. 어느 총회신학교에서 보낸 무료수강생 모집 광고였습니다. ‘수강은 전학기 인터넷 강의 및 모바일 강의 가능’하고, ‘졸업 후 강도사, 목사 고시 패스 후 목사 안수함’, “교재비는 전학기 20만원 납입하셔야 합니다.”라는 문구였습니다. 그리고 아랫부분에 교재비 20만원을 입금하라며 모 은행의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 광고를 보면서 ‘목사 되기 참 쉽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부터 ‘1년 속성 과정’, ‘2년 속성 과정’, 심지어 ‘6개월 속성 과정’으로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다는 떠도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목사 되기 쉬운 방법을 광고를 통해 직접 보기는 처음입니다.
교재비 20만원씩만 내면 목사가 될 수 있다니 목사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얼마 전에 출판된 <목사, 그리고 목사직>이라는 책에서 이재철 목사는 “목사가 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나, 목사직을 올곧게 수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목사의 직을 수행하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재철 목사는 그 책에서 목사가 되려는 이들에게 일곱 가지의 질문을 던집니다. 그 일곱 가지의 질문 중에 첫 번째가 “나는 왜 지금 목사로 살고 있는가?”입니다.
이 질문에 더하여 그는 계속해서 질문합니다. “그대는 하나님의 뜻을 위해 하나님에 의해 목사로 사용되고 있는가? 혹은 그대 자신의 유익을 위해 하나님과 목사직을 이용하고 있는가? 목사직은 소명인가? 아니면 가장의 책임을 다하거나 세속적 야망을 이루기 위한 수단인가?”
전직 언론인이자 교계의 원로인 한용상 장로는 타락한 교회를 꾸중하며 “교회가 죽어야 예수가 산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교회는 목사가 죽어야 삽니다. “나는 날마다 죽노라”라는 바울의 고백이 그만의 고백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행여 쉽게 목사가 되는 길이 있다 하더라도, 목사의 직까지 쉬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혹여나 누군가로부터 “요즘은 목사가 유행이라지?”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