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감시일보, ESG 데일리 김동민 기자 |
대한민국에서 장례문화학 전문 박사 학위를 세계 최초로 취득한 이로서, 나는 인간 삶의 마지막 과정인 ‘죽음’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사유와 실천이 필요함을 절감해왔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유일한 기회이며, 죽음은 그 생명의 완성으로 다가오는 불가피한 현실이다.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고, 어떻게 보내고, 어떻게 기억하는가는 곧 그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와 인간 중심 철학의 깊이를 가늠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장례문화는 오랫동안 형식과 의례에 치우쳐 있었으며, 이별을 대면하는 이들의 감정과 치유의 과정을 충분히 품어내지 못하는 한계 속에 머물러 있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장례는 점점 더 간소화되고 있으나, 그 간소함 속에 생략되어서는 안 되는 진정성과 감동, 인간에 대한 존중은 오히려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에 나는 단순히 죽음을 정리하는 ‘장묘’의 영역을 넘어, 생명을 기억하고 사랑을 되새기며, 남겨진 이들이 치유와 회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억과 위로의 문화 공간’을 창조하는 데 전념하고자 한다. 이는 기존의 장례식장을 넘어서 ‘생명과 기억의 숲’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립함으로써 가능해질 것이다.
1. 장례문화의 패러다임 전환: 의례에서 치유로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장례를 종교적, 의례적 전통 속에서 진행해 왔다. 물론 이러한 전통은 나름의 역할과 기능을 해왔지만, 현대 사회는 더욱 다양한 가치관과 개별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장례 역시 획일화된 의식이 아닌 개별 인생을 기리고, 고유한 삶의 여정을 담아내는 맞춤형 예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나는 장례를 통해 위로와 회복, 그리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을 가능케 하는 통합적 문화로 전환하고자 한다. 즉, 장례는 더 이상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며, 이별이 아닌 감사의 자리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철학은 모든 의식의 중심에 ‘사람’을 두고, 남겨진 가족과 지인들의 정서적 치유와 기억의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2. 기술과 감성이 융합된 장례문화의 미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장례산업 역시 기술과 융합하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 메모리얼, 가상현실 추모 공간, 생전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AI 기억 영상 등은 모두 ‘기억’이라는 감성적 가치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고인의 생애를 아름답게 기록하고 남기는 서비스를 고안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억의 지속성’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
예컨대, 가족들은 고인이 생전에 남긴 말, 사진, 영상, 메시지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메모리얼을 통해 언제든지 추모와 위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묘지나 납골당의 물리적 공간을 넘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초월한 추모 문화를 가능하게 한다.
3.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적 장례
또 하나의 중요한 흐름은 ‘지속가능한 장례’에 대한 고민이다. 환경오염,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 비효율적인 공간 점유 등은 전통 장례방식이 갖는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에 나는 생태적 장례 방식, 즉 친환경 장례 문화의 도입과 확산에 선도적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수목장, 생분해성 장례용품 사용, 자연 회귀형 유택 조성 등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생태 장례는 죽음 이후에도 자연과 순환되는 삶을 실현하며, 죽음의 철학을 보다 긍정적이고 생태적인 방식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4. ‘기억의 숲’으로 피어나는 공동체 문화
궁극적으로 내가 지향하는 장례문화는 단지 개별 장례의 완성을 넘어서, ‘기억과 위로의 공동체’를 창조하는 데 있다. ‘기억의 숲’은 단순한 장례시설이 아닌, 문화예술과 치유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기획된다. 이곳에서는 정기적인 추모 음악회, 고인을 기리는 전시회, 유가족 심리상담 및 힐링 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이러한 공간은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삶을 더 충실히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된다. 또한, 가족 단위의 애도 과정을 공동체적 치유로 연결하여, 사회적 고립감이나 우울증, 상실감으로부터의 회복을 돕는 데 기여한다.
5. K-장례문화의 세계적 비전
전통과 현대, 기술과 감성, 개인과 공동체를 통합하는 이러한 새로운 장례문화는 단지 한국 사회에 머무르지 않는다. 나는 이를 ‘K-장례문화’라는 브랜드로 정립하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확산시키고자 한다. 한국의 장례문화는 유교적 정성과 예의, 불교적 무상과 윤회, 그리고 현대적 효와 가족애의 결합으로 매우 고유한 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정서와 철학을 기반으로, 나는 장례문화가 한국의 새로운 문화 수출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특히 고령화 시대를 맞는 글로벌 사회에서, 삶의 마무리에 대한 품격 있는 접근은 점점 더 큰 수요를 형성할 것이다. ‘K-장례문화’는 그에 대한 해답이자 모범이 될 수 있다.
나는 오늘도 질문한다.
“우리는 삶의 끝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되새기며, 어떻게 이별할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천한다.
장례는 죽음이 아니라,
사랑을 되새기고 생명을 기억하는 문화다.
그 문화의 꽃이 피어날 ‘생명과 기억의 숲’을 대한민국에서, 세계 속에서 피워나갈 것이다.
그 길을 걷는 것이 나의 사명이며,
그 사명이 이 사회에 치유와 감동을 전하는 귀한 모범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장례문화 박사
#바다 전상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