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감시일보, ESG 데일리 김동민 기자 |
원 앙 새
시인 최명옥
( 샘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
백년해로 언약해 놓고
삶이 팍팍하다고 후회된다고
바꿀 수 있나요.
수많은 사람 중에 만난 것도
하늘이 베픈 인연인데
허투루 살 수 있나요.
소망이 무엇 이냐고
당신이 물으시면
금가락지 비단옷도 필요 없고
진실로 바라는 건 부부 일심
또 물으시면
구름도 쉬어 갈
고즈넉한 언덕에
삼간초옥에 광 하나 덧대 짓고
저 사람이 아플세라
저 이가 힘들세라
서로 애틋하게 여기며 사는 것
온돌방 아궁이에 군불 때
처마 끝에 구름꽃 피게 하고
제철에 나는 나물
말리고 절이고 설탕에 재
광에 넉넉히 쟁여놓고
자연밥상 나눌 수 있으면 그것도 행복
봄볕이 아무리 따스해도
서로의 훈기만 하며
만석꾼 곳간도
남편의 헛기침 소리
아내의 발자국 소리만도 못할진대
내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미운 정 쌓이게 하지는 않았는지
가슴에 못 박는 말을 하지는 않았는지
혹여 있거들랑
새도 못 물어 오게
천리밖에 던져버리고
마음에는
한 주름도 남기지 말아요
이슬이 해맑게 웃고 있다고
진정 시련이 하나도 없는 걸까요
새가 지저귀는데
노래만 부르는 걸까요
발걸음 너무 재촉하지 말고
강물처럼 유하게 살다 가요.